생각만 하다 지쳐서, 그냥 작은 화분부터 시작했다
퍼머컬처를 배우고 나서 집에서도 이것저것 직접 해보고 싶었다.
어떤 식물끼리 같이 심으면 잘 자라는지,
멀칭을 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흙이나 씨앗에 따라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책이나 수업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도 작은 텃밭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막상 집에서 하려고 하니까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는 거다.
우리 집은 주택이고 엘리베이터가 없다.
베란다도 없다.
흙부터 문제였다.
“이걸 내가 다 들고 올라와야 하나?”

우리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다. 흙 한 포대를 들고 올라오는 일부터 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또 막상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이것저것 다 키워보고 싶었다.
상추도 키우고 싶고,
허브도 심고 싶고,
쪽파도 해보고 싶고.
그러다 보니 화분도 자꾸 크게 하고 싶었다.
화분이 커지면 흙도 많이 필요하고,
흙이 많아지면 그걸 또 직접 옮겨야 했다.
그다음에는 어디에 놓을지가 문제였다.
햇빛은 어디가 잘 들지.
물은 어디서 줄지.
배수는 괜찮을지.
내가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인지.
화분을 살까.
틀밭을 만들까.
흙은 얼마나 필요하지.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지.
계속 찾아보고 구상만 했다.

어디에 두고 키울지도 꽤 오래 고민했다. 햇빛, 물 주기, 배수, 생활 동선을 다 생각하다 보니 시작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결국 지쳤다.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일이 너무 커져 있었다.
초보라면 크기보다 동선을 먼저 봐야 했다
처음에는 “이왕 할 거면 크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텃밭은 커질수록 흙도 많이 필요하고, 물도 많이 필요하고, 관리해야 할 것도 늘어난다.
특히 집에서 시작한다면 크기보다 먼저 볼 게 있었다.
- 흙을 쉽게 옮길 수 있는가
- 물을 가까이에서 줄 수 있는가
- 배수가 되는가
- 햇빛이 충분히 드는가
- 내가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가
이게 불편하면 텃밭은 금방 일이 된다.
나는 퍼머컬처를 이것저것 적용해보고 싶었지만, 생각만 하다가 지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냥 생각을 바꿨다.
퍼머컬처고 뭐고, 일단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처음부터 큰 화분일 필요는 없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심어보고 싶으니 자연스럽게 큰 플랜터를 찾아봤다.
바퀴가 달려 있어서 이동할 수 있고, 길이가 긴 플랜터라면 여러 작물을 같이 심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런 큰 플랜터도 생각했다. 하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필요한 흙과 관리 부담도 같이 커졌다.
문제는 역시 흙이었다.
큰 화분은 보기에는 좋아도 생각보다 많은 양의 흙이 들어간다.
특히 엘리베이터 없이 흙을 직접 옮겨야 하는 집이라면 이게 꽤 큰 진입장벽이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큰 틀밭이나 플랜터를 채우기보다, 내가 직접 옮길 수 있는 작은 화분부터 해보기로 했다.
찾아보니 식물 키우기 키트도 많았다
찾아보다 보니 꼭 화분부터 하나하나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요즘은 상추, 바질, 루꼴라, 방울토마토처럼 작은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식물 키우기 키트가 꽤 많았다.
화분이나 용기, 배양토, 씨앗이 같이 들어 있어서 처음부터 흙 한 포대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도 있었다.
화분, 흙, 씨앗이 함께 들어 있는 키트라면 처음 시작할 때 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나처럼 흙을 옮기는 것부터 부담스럽다면 이런 방식이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작은 화분 하나든, 키트 하나든.

화분, 흙, 씨앗이 함께 들어 있는 키트라면 처음 시작할 때 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단 해보고 재미가 붙으면 그때 늘리면 되니까.
그래서 그냥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큰 틀밭 대신 내가 직접 옮길 수 있는 크기.
흙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물을 줄 때 부담스럽지 않은 위치.
그 정도만 생각했다.
막상 그렇게 해보니까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 시작하고 나니까 검색만 할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을 얼마나 자주 줘야 하는지,
어느 위치가 편한지,
어떤 작물에 내가 더 관심이 가는지.
그리고 생각보다 중요한 것도 하나 알게 됐다.
식물은 내가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했다.
결국 식물은 내가 자주 보고 바로 손댈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했다.
물이 부족해 보이면 바로 보고,
잎 색이 이상하면 금방 확인하고,
같이 심은 식물들이 어떻게 자라는지도 자주 볼 수 있어야 했다.

결국 식물은 내가 자주 보고 바로 손댈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했다. 고양이도, 나도 자주 머무는 이 창가가 정답이었다.
내가 원했던 것도 사실 그런 거였다.
크고 근사한 텃밭 하나보다
그때그때 보고, 만지고, 바꿔볼 수 있는 작은 공간.
처음이라면 내가 실제로 먹는 작물부터
처음에는 이것도 심고 싶고 저것도 심고 싶다.
그런데 막상 키워보면 내가 실제로 먹는 작물이 손이 더 잘 간다.
상추,
쪽파,
바질,
루꼴라처럼
작은 공간에서도 키울 수 있고 조금씩 자주 쓸 수 있는 작물부터 시작하기 편하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도 바로 한 끼에 넣을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자주 먹으니까 자주 보고,
자주 보니까 관리도 하게 된다.
처음부터 많이 심기보다 내가 자주 볼 수 있는 만큼만 시작하는 편이 나았다.
준비물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처음에는 뭔가 이것저것 갖춰야 할 것 같지만, 작은 화분부터 시작한다면 준비물도 단순하다.
- 작은 화분 1~2개
- 배수가 가능한 용기
- 배양토
- 씨앗이나 모종
- 물 줄 도구
- 필요하면 작은 삽
혹은 아예 처음이라면 흙과 씨앗이 들어 있는 키트 하나로 시작해도 된다.
나머지는 직접 해보면서 필요한 게 생길 때 하나씩 추가하면 된다.
텃밭을 시작하려고 물건부터 잔뜩 늘리는 건 오히려 또 다른 일이 될 수 있으니까.
해보니까 다음이 쉬워졌다
예전에는 뭘 시작하려면 먼저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작은 것 하나를 해보니까 그다음이 훨씬 쉬워졌다.
하나가 잘 자라는 걸 보니까
“이것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브도 하나 더 해보고 싶고,
쪽파도 심어보고 싶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같이 심어볼까?”
“흙을 조금 다르게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텃밭 하나 만드는 게 그렇게 큰일 같았는데, 하나를 시작하고 나니까 오히려 하나씩 늘리고 싶어졌다.
생각만 할 때는 점점 무거워졌는데,
해보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가벼워졌다.
처음부터 내가 필요했던 건 완벽한 텃밭이 아니라,
계속 뭔가 해볼 수 있는 작은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역시, 일단은 해봐야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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